이세돌에게 훈수두는 바둑 AI 근황
2016년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 이후 10년. 바둑 AI는 이제 프로 기사의 훈련 도구이자 해설 파트너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이세돌 9단은 최근 국내 AI 스타트업의 바둑 AI와 테스트 대국을 가졌는데, 코딩 없이 음성 명령만으로 30분 만에 만든 AI가 알파고를 한참 앞서는 성능을 보여줬다. AI는 대국 내내 "지금까지 아주 잘 해오고 있으니 다음 수도 용기 있게 두어보세요"라며 여유로운 조언까지 건넸다. 이세돌 9단은 "이제는 함께 나아가는 시대"라며 "인간이 AI와 협업할 때 훨씬 더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파고 이후 10년, AI 바둑 실력은?…이세돌에 "용기 있게 두라" 조언까지 (SBS 뉴스)

AI가 바꿔놓은 바둑의 풍경
장강명은 "먼저 온 미래"에서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선언한다. 알파고 등장 이후 바둑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AI 프로그램 클릭 한 번이면 어떤 수의 승률이 분석되어 나타나고, 해설자의 주관적 판단은 AI 승률 그래프 기반 해설로 대체되었다. 프로 기사들의 전반적인 실력은 상향평준화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각자의 고유한 기풍은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초반 몇 수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제 포석은 개성이 없어졌어요. 자기 '류'가 없어졌어요. 바둑이 천편일률적으로 변했고, 아름답지 않죠." — 박병규 9단
조혜연 9단의 고백은 더 처절하다. "알파고 이전의 책들은 모두 폐기해야 해요." 수천 년간 축적된 바둑 지식이 순식간에 쓸모없어진 것이다. "지금 AI 공부를 아예 안 하면 시합에서 한 판도 못 이겨요. 저는 슬퍼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이세돌 9단 역시 자서전 "판을 엎어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바둑으로 '전투의 신'이라 불렸던 독자적 기풍은 AI 시대에 오히려 더 귀한 가치가 되었다.
"나의 바둑에 쉼표는 있었지만 마침표는 있을 수 없다." — 이세돌, 판을 엎어라
"선택권은 없다" — 장강명의 경고
장강명이 바둑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고 냉정하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고 뒤바뀐다. 내가 수렵채집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고집하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나는 예전처럼 살 수 없다."
AI는 "도구일 뿐이니 쓸지 말지 선택하면 된다"는 순진한 전망은 틀렸다는 것이다. 바둑에서 이미 증명되었듯, AI가 등장하면 그 분야의 규칙 자체가 바뀌며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만이 남는다.
대국에서 협업으로: AI 시대의 전환
이세돌의 발언이 흥미로운 이유는, AI에 패배한 당사자가 10년의 시간을 거쳐 "협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이 전환은 바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 그 다음은 공존 모색, 그리고 마침내 협업으로의 전환. 장강명이 그린 프로기사들의 고통스러운 적응 과정은, 지금 모든 지식 노동자가 겪고 있는 여정의 예고편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장강명은 "인간의 바둑"에서 답을 찾는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가치는 절대적 탁월함이 아니라, 인간이 승부를 통해 만들어내는 서사와 감정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탁월함이 아니라 스토리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관련 도서: 판을 엎어라 (이세돌)
알파고와 싸운 당사자의 자서전. 아버지에게 "빨리 푸는 것보다 정확하게 푸는 것"이라는 원칙을 배운 소년이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바둑으로 '전투의 신'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의 4국에서 '신의 한 수'를 두며 인간의 창의성이 AI를 넘어설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시리즈 자체는 1:4로 패배했다. 은퇴 후에도 "나의 바둑에 쉼표는 있었지만 마침표는 있을 수 없다"며 자기만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모습은, AI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스타일을 지키는 것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관련 도서: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이 바둑계를 취재하며 쓴 AI 시대 르포.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는 전제 하에, 프로기사들의 가치체계 붕괴, 기풍의 소멸, 교육 시장 붕괴를 생생하게 기록한다. 가장 강렬한 인사이트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환경"이라는 점이다. AI를 안 쓰더라도 AI를 쓰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 세계가 바뀐다. 장강명은 이 통찰을 소설 창작에도 적용한다. "소설 쓰는 AI가 플롯도 대신 짜주고, 인물 대사도 대신 써주면,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주인공의 눈동자 색을 정하는 정도가 된다면?" 그리고 결국 인간에게 남는 것은 탁월함이 아니라 서사와 감정이라고 결론짓는다.
더 읽을거리
| 도서 | 저자 | 핵심 관점 |
|---|---|---|
| Co-Intelligence | Ethan Mollick | AI를 공동 지성으로 활용하는 실용 가이드 |
| The Coming Wave | Mustafa Suleyman | AlphaGo를 만든 DeepMind 창업자의 AI 위험/책임론 |
| Superagency | Reid Hoffman | AI가 개인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미래상 |
| Nexus | Yuval Noah Harari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의 거시 역사 |
바둑에서 시작된 "인간 vs AI"의 서사가 "인간 with AI"로 전환되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금 겪고 있는 여정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